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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기록

7월 뉴질랜드 환경 보존 봉사 2주 + 여행 2주

by 젭갈 2020. 1. 29.

봉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무 심기"였다. 얼마 전, 제인구달 박사님께서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뿌리와 새싹 재단에서 나무 심기 활동을 할 것을 권고하셨다. 뿌리와 새싹에 등록되어 있는 소모임으로써, 모임 구성원의 나무심기 경험은 아주 소중하다. 한국에서 나무심기 활동을 하려 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장소'다. 나무를 심을 공간. 나무를 심을 곳이 없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 살아서 내가 마음대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이 없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심거나 할머니댁(?) 같은 땅을 이용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재단 차원에서 하는 봉사에 숟가락을 얹기로 했다. NewZealand Conservation Volunteer에서 나무를 심을 땅을 확보한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 당시에도 땅을 구한 일화는 놀라웠지만. 호주에서 뉴질랜드로부터 사왔던 땅을 아무 댓가 없이 돌려줬다고 한다. 원래는 광산으로도 쓰이고, 농작물을 키우기도 했던 땅이다. 하지만 그 후에는 버려졌고, 나무 심기 딱 좋은 땅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지 모른 채 짐을 쌌지만, 짐 싸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등산 준비를 하듯이 준비하면 됐다. 등산화에, 바람막이에, 모자. 침낭까지. 7월에 뉴질랜드는 겨울이다.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10도 안팍?) 밤에 얇게 입고 자기에는 추우니 가볍게 입으려면 침낭을 챙겨가야한다. 숙소의 첫 인상은, 최고였다! 숙소 내부보다 숙소 밖이 더 좋았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숲 속의 집이라니, 내가 꿈꾸던 바였다. 밖으로 조금만 걸음을 떼면 푸르름 속의 산책길이 나온다. 겨울이라지만 초록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풀도 많았고. 장갑이나 등산화를 털고 있으면 근처로 삑삑 울어대는 Fantail이 자주 왔다. 내가 지금까지 본 새 중에 가장 귀여웠다고 감히 말하겠다. 뚱뚱한 몸에, 기다란 꼬리. 심지어 부채처럼 펼쳐지는. 위아래로 둠칫거리는 움직임. 사람이 밟는 곳에서 튀어오르는 곤충을 먹기 위해 사람 근처에 온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까! 카스테라 같은 배, 눈 옆의 선. 모든 것이 최고였다. 첫날 숙소 근처로 산책을 나가서, 돌하르방도 봤다. 용산 공원이었나... 아무튼 제휴를 맺은 장소가 있나 보더라. 그렇다고 해도 돌하르방이 용산의 대표인지? 울창한 산책길에서 여러 귀여운 새들을 보고, 깎아지른 절벽에서 Rock pigeon을 봤다. 한국과 같은 비둘기인데 본디 자생지에 사는 것이 얼마나 멋지던지. 그 뒤로 내리는 석양도 멋졌다. 밤이 되면 쏟아질 것 같은 별이 뜨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숙소 근처 숲에서 마주한 석양
귀여운 Fantail. 출처는 위키

숙소 외부는 여러모로 최고였으나, 숙소 내부는 최고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사람이 열 명인데, 화장실이 하나였다. 다른 때는 참을만 했지만, 아침에는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변기 문고리가 안 잠겼다. 대변을 볼 때 그 시간과 누가 들를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란. 노크가 널리 퍼진 상식이 아니라서 더욱 무서웠다. 따뜻한 물은 사용량이 정해져 있었다. 물을 매일 미리 데워놓고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날 따뜻한 물을 너무 많이 쓰면 뒷 타자는 찬 물 샤워를 해야했다. 충분히 감수할만 했지만, 2번 정도 차가운 물 밖에 안나오는 날이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보통은 10명보다 적다는데, 10명에게도 같은 상한선을 적용하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먹는 것이었다! 활동하기 전, 미리 사 놓을 음식을 묻는 메일이 왔었다. 그 때는 그 곳에 어떤 다른 음식이 있는지도 몰랐고, 우리가 2주 동안 얼마나 먹을 지도 감이 안와서 구체적으로 주문하지 못하고 쌀, 김치와 라면을 사달라는 말 밖에 못했다. 이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환경단체에서 하는 봉사라서 어느 정도 절약은 감수하고 있었지만, 세상에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빵이다. 아무 맛이 나지 않는, 특히 통밀 어쩌구 식빵. 2끼니만 먹어도 토할 것처럼 질리고 입맛이 뚝 떨어진다. 평소에 그렇게 많이 먹는데 빵만 먹었다 하면 두 입만 먹고 더 이상 씹을 수 없어 식사를 끝낸다. 그리고나서 저녁에 배고파서 속 쓰리고. 모든 끼니를 우리가 차려 먹는 곳이었는데, 점심은 봉사를 나가니 간단하게 싸야했다. 그럼 무조건 샌드위치.... 참 힘든 식단이었다. 밥을 먹고 싶었는데, 밥만 먹을 수는 없으니 반찬할 재료가 필요했다. 한국인의 반찬에 꼭 들어가야할 것들이 죄다 없었다.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같은 기본 재료들. 이것들 없이 반찬을 만들 방법을 나는 모른다. 결국 아침에는 수프로 때우고(때웠다기에는 많이 먹었다. 점심이 빈약하니까! 수프만큼 맛있는 것도 없었다.) 저녁에는 요리를 해 먹었다. 요리는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이것을 할텐데, 같이 먹겠냐 묻기도 했고, 그냥 혼자 차려먹기도 했다. 피자, 파스타.... 이런 건데, 나쁘지 않았으나 소화가 안된다. 다른 나라의 봉사자들은 자꾸 요거트에다 빵만 먹지를 않나, 이해가 안되는 식사를 하더라. 요거트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다. 결국 계란이 우리의 구원자 역할을 했다. 어느 음식에다 다 들어가고, 계란만 있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졌다. 문제는, 그 양이 터무니 없이 적었다. 봉사자 10명에 계란 2줄이라니. 이틀인가 삼일만에 동났다. 만찬은 끝났다! 그것 외에도 감자, 양파 등의 기본 재료도 매우 적었다. 처음 샀던 그 양으로 일주일간을 버텨야했다. 충분한 것이라고는 식빵 뿐. 잼도 적었다. 딸기잼은 첫날 동이 나고 알 수 없는 소스들을 발라 먹었다. 웩. 날채소를 즐기거나, 소화를 잘 하는 분들은 살기 좋겠다마는, 우리 중에는 단 한 명도 그런 사람이 없었고, 한국 출신 5명은 아주 힘들었다.

그래도 노을은 항상 예쁘다.

음식 생각을 하면 봉사시간이 참 즐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메뉴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으니까. 그런 걱정 없이 봉사만을 즐길 수 있다니! 귀여운 Fantail과 함께! 최고였다. 나무를 심는 일은 간단했다. 모든 것이 이미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나무 씨앗을 채집하고, 전처리를 하고, 심고, 묘목을 키우고, 심는 일까지 모든 과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나무의 발생순서대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씨앗 채집: 아주 재밌었다! 그냥 숲에 나가서, 빨간 것을 따면 된다. 뉴질랜드의 숲을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행 가기 전에 찾아봤을 대는 이런 저런 다양한 기후가 섞여있는 지역이구나, 정도 밖에 인지하지 못했다. 현지에 가서 보니 열대지방처럼 야자나무가 많았고, canopy tree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동남아 같은 느낌이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식생이었다. 상록수가 많았던 건지, 겨울이라 상록수밖에 눈이 가지 않았던 것인지 모르겠다. 단단한 잎을 가진 나무들이 많았다. 우리가 딴 열매는 mingimingi였는데, 열매가 아주 작아서 가지를 양손 안에 넣고 끌개처럼 쓸면 빨간 열매가 후들후들 떨어진다. 우리가 땀으로써 자연 발생할 수 있는 개체가 주는 것이 아닐까? 인위적인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도 들었는데, 그 숲 자체가 인간이 만든 숲이었다. 뉴질랜드의 땅은 자연이 좋기로 소문났는데도, 본래 있던 식생을 밀고 새로 조경한 곳이 80%라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2. 씨앗 전처리: 열매의 외껍질을 벗겨서 작은 pot에 꾹 눌러 담으면 된다. 간단한 작업! 후반부로 갈 수록 뭐가 씨앗이고 뭐가 껍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서 와르르 심었지만. 외껍질은 손가락으로 벗기거나, 밀대로 벗기거나 하면 되는데, 워낙 작아서 근육이 뻐근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했는데,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만천하에 공개하게 되었다. 주로 한국의 인디밴드의 노래가 많아서 다른 나라 분들은 맘에 안 들까봐 걱정했는데, 중국에서 온 봉사자가 노래 제목을 알려달라고 요청해와서 뿌듯했다. 그 노래는 민수의 '민수는 혼란스럽다'와 황소윤의 'FNTSY'였다.

3. 묘목 pot에 나눠 심기: 씨앗을 심으면 새싹이 나는데, 한 곳에서 새싹이 많이 나고, 이끼류가 같이 왕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한 개체만 pot에 나눠심는 작업이 필요하다. 두가지 종류가 있었는데,(mingi랑 하나가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하나는 심기 쉬웠으나 mingimingi는 새싹에 힘이 없어서 뿌리를 부술까 노심초사하며 덜렁거리는 새싹을 심었다. 귀여운 새싹들! 새싹은 심고, 바깥으로 가져가서 햇빛을 받게 하면 된다.

새싹들

4. 묘목 골라내기: 그렇게 심은 묘목이 어느정도 자라면, 몰라 볼 정도로 단단한 모습이 된다. 휘지 않고 곧게 자란 개체를 선별해서 나무 심는 장소에 가져가면 된다. 휜 개체는 방향을 달리해서 다시 키운다! 개체별로 발육 상태가 달라서 어느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개체를 선별해야한다.

5. 나무 심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작업! 삽으로 땅에 삼각형 모양으로 삽질을 한다. 총 세번! 삽질된 부위의 흙을 들어낸 뒤, 나무 묘목의 pot를 벗겨 그곳에 심고, 퍼낸 흙을 다시 덮어줌으로써 고정시킨다. 잘 고정된 나무 주위로 3개의 막대를 심는다. 바람막이를 씌우는 용도다. 부직포 비슷한 재질로 된 바람막이를 삼각기둥처럼 만들어서 막대 바깥으로 둘러주면 완성! 보통 삽질하고 흙 퍼내는 데에 시간이 걸려서 1명이 오롯이 삽질을 다 해놓으면 다른 사람이 그곳에 가서 심었다. 바람막이, 묘목, 막대3개를 나무 심는 위치마다 가져다 놓으셔서,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나무를 심어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생각보다 촘촘하게 심네... 라는 생각뿐. 엄청 크게 자라는 나무들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punakaiki

나무를 심으면서 뉴질랜드의 좋은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근처의 큰 나무에서 보이는 기다란 지의류! 지의류(Lichen)은 대기오염이 없는 곳에서만 자라는 지표종이다. 헌데 요술봉으로 써도 될 만큼 지의류가 길게 자라있었다. 지의류가 그렇게 자랄 수 있는 지도 몰랐는데, 놀라웠다.

무지개를 참 자주 봤다.

습한 토양에는 Sandfly가 있었다. 산에 가면 있는 쇠파리 처럼 인간을 따라다니며 물었다. 땅을 파면 팔수록 더 나와서, 처음에는 없다가도 나무심기 작업을 꽤 한 뒤에는 구렛나루, 목, 그리고 손목 부근에 빨간 점들이 많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자꾸 시야를 가리는데, 아주 말썽이다! 이 Sandfly는 자동차 매연에도 금방 죽는 아주 예민한 종이라고 한다. 소중한 건 알겠는데,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우리는 야생조류연구회에서 인원을 모아 봉사를 간 것이었기 때문에, 조류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bird watching을 즐긴다고 설명하니, CVNZ에서 팜플렛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blue penguin이 출몰하는 해안이 어딘지, 어디로 가면 어느 새를 볼 수 있는지 가르쳐 주셨다. penguin은 아쉽게도 못 봤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새를 많이 봤다. 아주 귀여웠다!!!

Blue penguin이 나온다던 바다. 못 봤다.
대신에 본 Caspian tern.

음식의 고통을 제외하면(*숙소에서 술, 담배를 할 수 없음), 아주 만족스러운 봉사였다. 음식이 안 맞아서 다른 나라 봉사자들과 더 많이 교류할 기회를 잃었나 싶은 것도 있지만, 꽤나 친해졌고, 깊은 얘기를 나눴다. 식물, 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갈만한 봉사인 것 같다. 한국에는 그런 땅도, 바다도, 공기도 없으니까.